베네토클락스는 어떻게 개발되었을까? 호주에서 시작된 혁신 항암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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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토클락스는 어떻게 개발되었을까? 호주에서 시작된 혁신 항암제 이야기


⏱ 30초 요약

  • Venetoclax는 일부 암세포의 생존을 돕는 BCL-2 단백질을 선택적으로 억제하는 표적항암제입니다.
  • ✓ 이 약은 세포자멸사(apoptosis)에 대한 수십 년간의 기초연구에서 출발했습니다.
  • ✓ 호주 멜버른의 WEHI 연구진은 BCL-2를 중요한 생물학적 발견에서 실제 치료 표적으로 발전시키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 ✓ 현재 Venetoclax는 만성 림프구성 백혈병(CLL)급성 골수성 백혈병(AML)을 포함한 여러 혈액암 치료에 사용되고 있습니다.

저는 WEHI에서 연구하는 동안 Venetoclax의 임상시험이 진행되고, 오랜 연구 끝에 하나의 새로운 항암제가 실제 환자 치료로 이어지는 과정을 가까이에서 접할 수 있었습니다.

당시에도 그것이 중요한 성과라는 것은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얼마 전 우연히 혈액암 환자와 그 가족들이 서로의 경험을 나누는 블로그 글들을 읽으면서 Venetoclax를 조금 다른 시선으로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연구자에게는 BCL-2, apoptosis, clinical trial 같은 말로 익숙한 약이 누군가에게는 다음 치료를 기대하게 해주는 희망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Venetoclax가 어떻게 개발되었는지 처음부터 다시 살펴보았습니다.

어떻게 멜버른의 한 연구실에서 시작된 BCL-2 연구가 수십 년 뒤 실제 환자에게 처방되는 항암제 Venetoclax로 이어졌을까?

그 이야기는 신약 개발에서 시작되지 않았습니다.

세포가 왜 살아남고, 왜 죽는지를 이해하려 했던 기초과학 연구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암 연구의 방향을 바꾼 멜버른의 발견

이 이야기는 호주 멜버른에 위치한 Walter and Eliza Hall Institute of Medical Research(WEHI)에서 시작됩니다.

1980년대 WEHI 연구진은 매우 근본적인 질문을 연구하고 있었습니다.

왜 어떤 암세포는 정상세포처럼 죽지 않을까?

당시 암 연구의 중요한 관심 가운데 하나는 암세포가 어떻게 비정상적으로 증식하는지를 이해하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연구자들은 암세포의 수가 늘어나는 데에는 또 다른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기 시작했습니다.

암세포가 더 많이 만들어지는 것뿐 아니라, 원래 제거되어야 할 세포가 죽지 않고 살아남는 것도 암 발생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암은 세포의 비정상적인 증식뿐 아니라 세포가 정상적인 죽음의 과정을 회피하는 질병이기도 했습니다.

BCL-2의 발견: 암세포가 살아남는 비밀

BCL-2의 이야기는 염색체 이상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연구자들은 특정 B세포 림프종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염색체 전좌를 연구하면서 BCL-2라는 유전자에 주목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BCL-2가 암세포의 증식을 촉진하는 일반적인 암 유전자처럼 작용할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었습니다.

BCL-2는 세포를 더 빠르게 증식시키는 것이 아니라 세포가 죽는 것을 막아 살아남게 하는 역할을 하고 있었습니다.

정상적인 세포는 생존과 죽음 사이의 균형을 유지합니다.

그 과정에서 세포자멸사(apoptosis)는 손상되거나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 세포를 제거하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그러나 BCL-2가 과도하게 작동하면 이 자연스러운 세포 죽음의 프로그램이 억제될 수 있습니다.

암세포가 반드시 더 빠르게 증식하지 않더라도 죽어야 할 세포가 계속 살아남으면 결국 축적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발견은 곧 새로운 치료 가능성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일부 암세포가 BCL-2에 의존해 살아남는다면, BCL-2를 차단해 다시 죽게 만들 수 있지 않을까?

발견을 이끈 호주의 과학자들

BCL-2와 세포자멸사 연구에는 WEHI의 여러 과학자들이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Jerry AdamsSuzanne Cory를 비롯한 연구진은 BCL-2가 관련된 염색체 전좌와 암 발생의 관계를 연구하며 이 유전자의 역할을 이해하는 토대를 마련했습니다.

이어 David Vaux는 BCL-2가 단순히 암과 연관된 유전자가 아니라 세포자멸사를 억제해 세포의 생존을 연장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었습니다.

이 연구는 암세포의 증식을 막는 것뿐 아니라, 암세포가 의존하는 생존 기전을 차단하는 것도 치료 전략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BCL-2의 발견에서 Venetoclax까지

하지만 중요한 생물학적 발견이 곧바로 약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BCL-2의 역할이 밝혀진 뒤에도 실제 치료제로 이어지기까지는 수십 년의 연구가 더 필요했습니다.

가장 큰 과제 가운데 하나는 BCL-2의 기능을 효과적으로 차단하면서 환자에게 사용할 수 있는 약물을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연구자들은 세포 안에서 BCL-2 계열 단백질들이 세포의 생존과 죽음을 조절하는 방식을 연구했고, 이 과정에서 BH3-only proteins의 역할이 밝혀졌습니다.

이 지식을 바탕으로 자연적인 세포사멸 신호를 모방하는 약물을 만들려는 아이디어가 등장했습니다.

그 결과 개발된 새로운 약물 계열이 BH3 mimetics입니다.

이 약물들은 BCL-2 계열의 생존 단백질을 차단해 암세포가 억눌러 놓았던 세포자멸사를 다시 작동시키는 것을 목표로 했습니다.

첫 번째 도전: Navitoclax

Venetoclax가 처음부터 등장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 이전에 개발된 중요한 BH3 mimetic 가운데 하나가 navitoclax(ABT-263)였습니다.

Navitoclax는 BCL-2를 포함한 여러 생존 단백질을 억제했고 일부 혈액암에서 항암 효과를 보여주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문제가 있었습니다.

이 약은 BCL-2뿐 아니라 혈소판 생존에 중요한 BCL-XL도 억제했습니다.

그 결과 혈소판 감소증(thrombocytopenia)이 발생해 치료 용량을 제한하는 문제가 나타났습니다.

이 결과는 다음 약물에서 BCL-XL을 피하면서 BCL-2를 훨씬 더 선택적으로 억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Venetoclax의 탄생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연구 끝에 BCL-2에 훨씬 더 선택적으로 결합하는 약물이 개발되었습니다.

그 약물이 바로 Venetoclax입니다.

Venetoclax는 BCL-XL에 대한 영향을 크게 줄이면서 BCL-2를 강력하게 억제하도록 설계되었습니다.

특히 BCL-2에 크게 의존하는 만성 림프구성 백혈병(CLL) 세포에서 강력한 효과를 보였습니다.

혁신 신약 뒤에 있었던 글로벌 협력

멜버른의 연구실에서 시작된 발견이 실제 치료제로 이어진 과정은 한 연구실이나 한 기관만의 성과는 아니었습니다.

WEHI에서 이루어진 BCL-2와 세포자멸사에 대한 기초연구를 바탕으로 학계와 바이오텍, 제약회사, 임상의들이 오랜 기간 협력했습니다.

기초 생물학에서 얻어진 지식은 새로운 화합물의 설계로 이어졌고, 다시 전임상 연구와 임상시험을 거쳐 실제 환자에게 사용할 수 있는 치료제로 발전했습니다.

Venetoclax가 바꾼 암 치료

Venetoclax는 BCL-2에 의존하는 암세포의 특정한 생존 기전을 직접 표적으로 삼는 치료 전략을 현실로 만들었습니다.

특히 만성 림프구성 백혈병(CLL) 치료에서 중요한 치료 옵션이 되었고, 이후 급성 골수성 백혈병(AML)을 포함한 다른 혈액암 치료에도 사용되기 시작했습니다.

흥미롭게도 Venetoclax라는 이름의 '-clax' 부분 역시 세포자멸사와 관련된 약물 계열의 역사를 담고 있습니다.

연구소 안의 발견이 연구소 밖의 치료가 되기까지

BCL-2를 처음 연구했던 과학자들이 처음부터 Venetoclax라는 항암제를 만들려고 했던 것은 아닙니다.

그들은 세포가 어떻게 살아남고 어떻게 죽는지를 이해하려 했습니다.

저는 WEHI에서 연구하면서 이 이야기의 마지막 부분이 현실이 되어가는 시기를 가까이에서 접했습니다.

당시에는 임상시험 결과와 연구 성과라는 관점에서 Venetoclax를 바라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최근 혈액암 환자와 가족들이 나누는 이야기를 읽으면서 같은 약이 조금 다르게 보였습니다.

연구소 안에서는 성공적인 translational research로 보였던 결과가, 연구소 밖에서는 누군가가 실제로 복용하는 약이었습니다.

수십 년 전 멜버른의 한 연구실에서 세포가 왜 죽지 않는지를 궁금해했던 연구가 결국 누군가의 처방전에 적히는 약의 이름이 되었다는 것.

저에게는 그것이 BCL-2에서 Venetoclax까지 이어진 이 이야기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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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일반적인 의학·과학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교육 자료입니다. 특정 질환의 진단이나 치료를 대신하지 않으며, 치료와 관련된 결정은 반드시 담당 의료진과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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