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적항암제 베네토클락스(Ventoclax)는 누가, 어떻게 발명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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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멜버른에서 시작된 표적항암제 베네토클락스(Venetoclax) 탄생기: 25년의 여정


2017년 7월 28일, 여느 때와 다름없던 출근길 아침이었습니다. 그런데 연구소 7층 티룸이 유난히 분주했어요. 대강당 입구에 설치된 여러 방송용 카메라를 보니, 큰 이벤트가 준비되고 있는 모양이었습니다. 이날 저를 포함한 연구소 직원들은 놀라운 소식을 접하게 됩니다. 이날 발표된 전대미문의 뉴스, 그리고 그 뒤에 숨겨진 25년간의 여정과 의미를 짧게 다뤄보고자 합니다.

베네토클락스(Venetoclax)의 기원은 호주 멜버른에 있는 월터 앤 엘리자 홀 의학연구소(Walter and Eliza Hall Institute of Medical Research, WEHI)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1980년대 후반, WEHI의 제리 애덤스(Jerry Adams) 교수, 수잔 코리(Suzanne Cory) 교수, 안드레아스 스트라서(Andreas Strasser)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은 BCL-2라는 단백질이 암세포 스스로의 아포토시스(세포자살)를 차단함으로써 암세포가 무한히 생존하도록 돕는다는 근본적인 사실을 발견했어요. 이 발견은 수십 년 후 베네토클락스 개발의 전체 이론적 근거가 되었습니다. 이 기초과학적 발견은 이후 약 30년에 걸쳐, WEHI와 제약회사 제넨텍(Genentech)(로슈 그룹 소속), 애브비(AbbVie)의 연구 협력을 통해 임상 약물로 발전했고, 초기 임상시험은 로열 멜버른 병원(Royal Melbourne Hospital)피터 맥칼럼 암센터(Peter MacCallum Cancer Centre)의 호주 혈액전문의들이 주도했어요.

그 여정은 다음과 같이 전개되었습니다.

  • 1988년 — 암세포 죽음의 열쇠를 쥔 BCL-2 유전자 발견
  • 2000년 — 구조생물학이 단백질 구조 연구에 새로운 지평을 열며 세포사 연구에 돌파구 마련
  • 2006년 — BH3-모방체(BH3-mimetics)가 항암제로서 암세포를 죽일 수 있음이 입증됨
  • 2011년 — 호주에서 백혈병 항암제 임상시험 시작
  • 2013년 — 임상시험 결과, 진행성 백혈병 치료에 큰 희망을 제시

미화 3억 2,500만 달러의 로열티 계약

WEHI의 기초 연구가 이 약물 특허의 근간을 이루기 때문에, 연구소는 베네토클락스 판매에 따른 로열티를 받을 권리가 있어요. 2017년, WEHI는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Canada Pension Plan Investment Board, CPPIB)와 계약을 맺고 미래 로열티 수익권의 일부를 최대 미화 3억 2,500만 달러에 매각했습니다 — 선불 현금 2억 5,000만 달러에 최대 7,500만 달러의 마일스톤 지급금을 더한 규모였고, 나머지 일부 로열티 수익은 WEHI가 계속 보유하기로 했어요. WEHI는 이 수익을 연구 기금(endowment)과 향후 신약 개발 연구에 재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으며, 베네토클락스를 두고 호주의 한 의학연구소가 실험실 벤치에서 전 세계적으로 사용되는 항암제에 이르기까지 발견을 온전히 이끌어낼 수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평가했습니다. 이 발견에 기여한 WEHI 소속 개별 과학자들도 지속되는 로열티 수익의 일부를 나누어 받고 있어요.

실험실 벤치에서 항암제 혁명으로

베네토클락스의 이야기는 애초에 신약을 염두에 두지 않았던 단 하나의 기초과학적 관찰이 어떻게 하나의 치료 혁명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인상적인 사례입니다. 1988년, WEHI 연구진은 그저 세포가 왜 죽지 않는지를 이해하고 싶었을 뿐이었어요. 하지만 그 질문에 대한 답은 30년 가까운 시간이 흐른 뒤, 만성 림프구성 백혈병(CLL)을 비롯한 여러 혈액암 환자들의 치료 방식 자체를 바꿔놓았습니다.

기존의 항암제 대부분이 암세포와 정상세포를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공격하는 방식이었다면, 베네토클락스는 대표적인 표적항암제로서 암세포가 스스로의 죽음을 회피하기 위해 이용하는 바로 그 생존 스위치(BCL-2)를 정밀하게 겨냥합니다. 이런 표적항암제 접근 방식은 이후 다른 BH3-모방체 계열 항암제 개발의 청사진이 되었고, 현재도 다양한 혈액암과 고형암을 대상으로 한 후속 연구가 전 세계에서 활발히 진행되고 있어요.

무엇보다 이 이야기가 특별한 이유는, 그것이 단지 한 개의 성공적인 신약 개발 사례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WEHI가 벌어들인 로열티 수익은 다시 연구소의 기초 연구로 흘러 들어가, 다음 세대의 발견을 위한 자금이 되고 있어요. 수십 년 전 실험실 한쪽에서 시작된 작은 호기심이, 이제는 전 세계 수만 명의 환자들에게 새로운 삶의 기회를 주고, 나아가 그다음 발견의 씨앗까지 심고 있는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