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세균에 감염돼도 왜 어떤 사람만 류마티스성 심장질환이 생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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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연구진이 밝혀낸 급성 류마티스열의 새로운 면역경로
흔한 세균 감염이 어떻게 지속적인 염증과 평생에 걸친 심장판막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
⏱ 30초 요약
- ✓ 급성 류마티스열(Acute Rheumatic Fever)은 A군 연쇄상구균(Group A Streptococcus) 감염 후 발생할 수 있으며, 반복되면 영구적인 심장판막 손상인 류마티스성 심장질환(Rheumatic Heart Disease)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 ✓ 호주 연구진은 급성 류마티스열 환자의 면역세포에서 비정상적으로 활성화된 IL-1β–GM-CSF 면역경로를 발견했습니다.
- ✓ IL-1β는 염증성 GM-CSF 생성 CD4 T 세포의 증식을 촉진하여 면역반응이 오래 지속되는 원인을 설명할 수 있었습니다.
- ✓ 연구진은 실험실 연구에서 하이드록시클로로퀸(Hydroxychloroquine)이 이러한 면역반응을 억제할 수 있음을 확인했으며, 향후 면역표적 치료의 가능성을 제시했습니다.
매년 전 세계적으로 수억 명이 A군 연쇄상구균(Group A Streptococcus, GAS)에 감염됩니다.
대부분은 인후염이나 피부 감염으로 회복되지만, 일부 환자에서는 세균이 사라진 뒤에도 면역반응이 계속되면서 전신 염증과 심장판막 손상이 시작됩니다.
이 질환이 바로 급성 류마티스열(Acute Rheumatic Fever)이며, 반복되면 류마티스성 심장질환(Rheumatic Heart Disease)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오랫동안 가장 널리 받아들여진 설명은 분자적 모방(Molecular Mimicry)이었습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한 가지 질문이 남았습니다.
세균이 사라진 뒤에도 왜 일부 환자에서는 염증이 쉽게 멈추지 않을까?
2018년 WEHI 연구진이 Circulation에 발표한 연구는 이 질문에 중요한 단서를 제시했습니다.
분자적 모방: 면역반응은 어떻게 심장을 공격할까?
GAS의 일부 단백질은 심장판막, 심장근육, 관절 등에 존재하는 우리 몸의 단백질과 구조적으로 유사합니다.
이 때문에 세균을 제거하기 위해 만들어진 항체와 T 세포가 자신의 조직까지 공격할 가능성이 생깁니다.
이 현상이 바로 분자적 모방(Molecular Mimicry)입니다.
분자적 모방은 급성 류마티스열이 자가면역과 유사한 질병으로 이어질 수 있는 이유를 잘 설명합니다.
하지만 왜 일부 환자에서만 염증이 유난히 강하고 오래 지속되는지는 충분히 설명하지 못했습니다.
분자적 모방을 넘어: 새로운 면역경로를 찾아서
호주 연구진은 급성 류마티스열 환자로부터 얻은 말초혈액 단핵세포(PBMCs)를 이용해 면역반응을 조사했습니다.
환자의 면역세포를 GAS 관련 자극으로 활성화한 뒤 건강한 대조군과 비교한 결과, 뚜렷하게 다른 염증성 반응이 나타났습니다.
그 중심에는 IL-1β와 GM-CSF를 생성하는 CD4 T 세포 사이의 연결고리가 있었습니다.
이 결과는 감염 이후에도 염증이 지속될 수 있는 새로운 기전을 제시했습니다.
발견 1: 지속적으로 증가한 IL-1β
연구진은 급성 류마티스열 환자의 면역세포에서 IL-1β 생성이 지속적으로 증가해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중요한 점은 IL-1β가 단순한 염증 지표가 아니라, GM-CSF 생성 CD4 T 세포의 증식을 촉진하는 상위 신호(upstream signal)로 작용했다는 것입니다.
IL-1β가 지속되면 GM-CSF를 생성하는 염증성 T 세포의 반응도 계속 유지될 수 있습니다.
발견 2: GM-CSF 생성 CD4 T 세포의 증가
이번 연구의 핵심 발견은 GM-CSF를 생성하는 염증성 CD4 T 세포가 급성 류마티스열 환자에서 현저히 증가한다는 것이었습니다.
GM-CSF는 다양한 골수계 면역세포를 활성화하고 염증성 사이토카인 생성을 증가시키는 중요한 면역조절 인자입니다.
발견 3: 독특한 염증성 T 세포 집단
연구진은 다음과 같은 표면 표지자를 가진 특정 기억 CD4 T 세포 집단을 확인했습니다.
CXCR3⁺ CCR4⁻ CCR6⁻ CD4 T 세포
이 세포들은 GM-CSF를 생성하는 주요 세포 집단이었습니다.
CXCR3는 염증 부위로 면역세포를 이동시키는 데 중요한 케모카인 수용체이며, 이 세포들의 증가는 급성 류마티스열에서 염증성 T 세포 자체의 성질이 변화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연구진은 지속적인 선천면역 활성과 GM-CSF 생성 T 세포가 서로를 강화하며 만성 염증을 유지하는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습니다.
↓
지속적인 IL-1β 활성
↓
GM-CSF 생성 CD4 T 세포 증가
↓
염증성 면역반응 증폭
↓
심장판막 손상
이 모델은 기존의 분자적 모방 이론을 대체하는 것이 아닙니다.
분자적 모방이 면역반응의 시작을 설명한다면, IL-1β–GM-CSF 면역경로는 그 염증이 왜 쉽게 꺼지지 않는지를 설명하는 새로운 증폭 기전으로 제시되었습니다.
기존 약물의 새로운 가능성: 하이드록시클로로퀸
새로운 면역경로가 확인되자 연구진은 다음 질문을 던졌습니다.
이 경로를 약물로 조절할 수 있을까?
연구진은 오랫동안 류마티스질환 치료에 사용되어 온 하이드록시클로로퀸(Hydroxychloroquine, HCQ)에 주목했습니다.
실험 결과 HCQ는 IL-1β에 의해 유도되는 GM-CSF 생성과 염증성 CD4 T 세포의 증식을 감소시켰습니다.
- ✓ IL-1β에 의해 유도되는 GM-CSF 생성을 감소시켰습니다.
- ✓ GM-CSF 생성 CD4 T 세포의 증식을 억제했습니다.
- ✓ 환자 면역세포에서 나타나는 비정상적인 염증반응을 완화했습니다.
물론 이것이 HCQ가 급성 류마티스열 치료제로 입증되었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이 결과는 새롭게 확인된 면역경로가 기존 약물에 의해 조절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개인적인 이야기
이 논문은 저에게 개인적으로도 특별한 의미가 있습니다. 저는 이 연구에 직접 참여했고, 류마티스내과 전문의인 Ian Wicks가 이 논문의 시니어 저자였습니다.
논문이 발표된 뒤에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뉴질랜드의 한 의사가 이 연구를 읽고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의 가능성에 주목해 실제 급성 류마티스열을 앓는 어린 환자의 치료에 사용했고, 좋은 결과를 관찰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후 그 경험을 바탕으로 임상시험으로 이어졌다는 이야기를 예전 동료를 통해 전해 들었습니다.
제가 참여한 연구가 논문으로 끝나지 않고 실제 환자의 치료와 임상시험으로 이어졌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연구자로서 매우 특별한 느낌이었습니다.
이번 경우는 일반적인 신약개발 과정과는 조금 다릅니다. 이미 오랫동안 사용돼 온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새로운 질환에 적용하는 약물 재창출(drug repurposing)의 사례이기 때문입니다. 부디 임상시험에서 좋은 결과가 나와 언젠가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이 ARF의 새로운 치료 옵션으로 사용되는 모습을 볼 수 있다면, 이 연구에 참여했던 한 사람으로서 그보다 더 큰 보람은 없을 것 같습니다.
급성 류마티스열 치료에서의 의미
현재 류마티스성 심장질환 예방의 핵심은 반복적인 GAS 감염을 막는 것이며, 이를 위해 장기간 페니실린 예방요법이 사용됩니다.
하지만 항생제는 이미 시작된 비정상적인 면역반응을 직접 억제하지는 않습니다.
이 연구는 IL-1β–GM-CSF 경로를 급성 류마티스열에서 면역조절 치료를 고려할 수 있는 새로운 표적으로 제시했습니다.
대표 논문
Kim ML 등.
Circulation. 2018;138(23):2648–2661.
핵심 발견
- ✓ 급성 류마티스열에서 IL-1β–GM-CSF 면역경로를 규명했습니다.
- ✓ GM-CSF 생성 CD4 T 세포의 증가를 확인했습니다.
- ✓ CXCR3⁺ CCR4⁻ CCR6⁻ CD4 T 세포가 주요 GM-CSF 공급원임을 밝혔습니다.
- ✓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이 실험실에서 해당 면역반응을 억제함을 확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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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면역학과 류마티스성 심장질환 연구를 이해하기 위한 교육 자료이며, 의료적 조언을 대신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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