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들은 왜 생쥐를 실험에 쓸까? 현대 의학 혁신 뒤에 숨은 영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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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의학을 만든 숨은 조력자들

현대 의학의 발전에서 마우스 모델이 해온 역할


⏱ 30초 요약

  • ✓ 마우스 모델은 살아 있는 개체 안에서 유전자, 세포와 생물학적 경로가 질병에 어떻게 관여하는지를 연구할 수 있게 한다.
  • ✓ 생쥐는 인간과 많은 유전자와 생물학적 경로를 공유하며, 유전자를 정밀하게 조절해 원인과 결과를 직접 검증할 수 있다.
  • ✓ 녹아웃, 유전자 도입, 조건부, 리포터, 사람 면역계 마우스와 PDX 등 서로 다른 모델이 서로 다른 과학적 질문에 사용된다.
  • ✓ 마우스 모델은 암, 면역질환, 감염병, 혈액질환과 유전질환 연구를 포함한 현대 의학의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 ✓ 그러나 마우스는 작은 인간이 아니기 때문에 연구 결과는 사람의 생물학과 임상 연구를 통해 다시 검증돼야 한다.

새로운 치료제가 사람에게 사용되기까지는 수많은 실험을 거쳐야 합니다. 세포 배양은 질병의 분자 기전을 연구하는 데 매우 유용하지만, 살아 있는 생명체는 훨씬 복잡합니다. 혈액순환, 면역계, 대사, 호르몬, 신경계와 여러 장기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연구자들은 오랫동안 마우스 모델을 이용해 세포에서 발견한 현상이 살아 있는 개체에서도 실제로 일어나는지를 확인해 왔습니다.

특히 마우스에서는 특정 유전자를 제거하거나 추가하고, 원하는 세포나 조직에서만 그 유전자의 기능을 조절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사람에게서는 직접 실험할 수 없는 질병의 원인과 치료 기전을 연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실험쥐가 같은 것은 아닙니다. 녹아웃 마우스, 유전자 도입 마우스, humanised mouse, PDX 모델처럼 연구 질문에 따라 전혀 다른 마우스가 사용됩니다.

이 글에서는 왜 마우스가 오랫동안 의학 연구에서 중요한 모델로 사용돼 왔는지, 그리고 서로 다른 마우스 모델이 실제로 어떤 질문에 답할 수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왜 하필 생쥐였을까?

생쥐는 몸집이 작고 사육이 비교적 쉬울 뿐 아니라, 인간과 많은 유전자와 생물학적 경로를 공유합니다.

세포가 에너지를 만드는 방법, DNA 손상을 복구하는 과정, 면역세포가 감염과 싸우는 방식, 혈액세포가 만들어지는 원리, 암세포가 성장하고 죽음을 피하는 과정에는 놀라울 정도로 공통점이 많습니다.

생쥐도 암, 당뇨병, 감염병, 면역질환, 신경퇴행성 질환과 유사한 병리 변화를 보일 수 있습니다.

마우스 모델의 가장 강력한 실험적 장점 가운데 하나는 유전자를 정밀하게 조절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특정 유전자가 암을 일으키는지 확인하기 위해 사람의 유전자를 제거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마우스에서는 특정 유전자를 제거하거나, 특정 조직에서만 활성화하거나, 원하는 시점에 작동하도록 조절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연구자는 단순한 상관관계를 넘어 원인과 결과를 직접 검증할 수 있습니다.

이 유전자가 실제로 질병을 일으키는가?

이 단백질을 차단하면 질병이 호전되는가?

이 면역세포가 없으면 치료 반응이 달라지는가?

바로 이 점이 마우스 모델을 현대 생의학의 가장 강력한 연구 도구 가운데 하나로 만들었습니다.

실험쥐는 하나의 모델이 아니다

일반 독자에게는 모든 실험쥐가 비슷해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연구실에서 사용하는 마우스는 하나의 단일한 모델이 아닙니다.

연구 질문에 따라 완전히 다른 유전적 배경과 생물학적 특성을 가진 모델이 사용됩니다.

어떤 마우스는 유전자 하나가 제거되어 있고, 어떤 마우스는 사람의 암 유전자를 가지고 있습니다.

또 다른 마우스는 사람의 면역세포나 환자의 종양조직을 몸 안에 지니고 있습니다.

마우스 모델은 질병을 그대로 복사한 작은 인간이 아니라, 특정한 생물학적 질문에 답하도록 설계된 연구 시스템입니다.

유전자 하나를 지워 보는 녹아웃 마우스

녹아웃 마우스는 특정 유전자의 기능을 제거하거나 크게 약화시킨 마우스입니다.

연구자는 유전자 하나가 없는 동물에서 어떤 변화가 나타나는지를 관찰함으로써 그 유전자의 역할을 추론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면역세포 발달에 필요한 유전자를 제거했을 때 특정 면역세포가 만들어지지 않는다면, 그 유전자가 해당 세포의 발달에 필수적이라는 강력한 증거가 됩니다.

암 억제 유전자를 제거한 마우스에서 종양이 발생한다면, 그 유전자가 정상적으로 암 발생을 막는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녹아웃 마우스는 수많은 유전자의 기능을 밝히고 질병의 원인을 추적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그러나 모든 유전자를 몸 전체에서 완전히 제거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일부 유전자는 배아 발달에 필수적이어서 제거하면 마우스가 태어나기 전에 죽을 수 있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자들은 특정 조직이나 특정 시점에서만 유전자를 제거하는 조건부 녹아웃 마우스를 개발했습니다.

이를 통해 뇌, 간, 심장, 면역세포 또는 특정 암세포에서만 유전자의 역할을 조사할 수 있게 됐습니다.

질병 유전자를 넣는 유전자 도입 마우스

유전자 도입 마우스는 특정 유전자를 추가하거나 과도하게 발현하도록 만든 마우스입니다.

사람의 질병과 관련된 유전자를 마우스에 도입하면 해당 유전자가 질병을 유발하는 과정과 다른 유전자와의 상호작용을 연구할 수 있습니다.

암 연구에서 널리 알려진 사례 가운데 하나가 Eμ-Myc 마우스입니다.

이 모델에서는 B세포 계통에서 MYC 종양유전자가 과도하게 발현되며, 그 결과 공격적인 B세포 림프종이 발생합니다.

Eμ-Myc 모델은 MYC가 어떻게 암세포의 성장을 촉진하는지, 세포사멸 경로가 어떻게 종양의 발생과 치료 반응을 조절하는지를 연구하는 데 광범위하게 사용됐습니다.

이러한 연구는 BCL-2 계열 생존 단백질과 프로그램된 세포사멸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암세포가 죽음을 피하는 기전을 표적으로 삼는 치료 전략을 발전시키는 데 기여했습니다.

다만 하나의 마우스 모델이 특정 신약의 전체 개발 과정을 대표하는 것은 아닙니다.

Venetoclax와 같은 약물은 BCL-2 발견, 세포사멸 연구, 구조생물학, 약물 설계, 다양한 세포와 동물모델, 그리고 임상시험이 수십 년 동안 축적된 결과입니다.

마우스 모델은 그 긴 여정에서 특정 가설을 검증하고 치료 가능성을 평가하는 중요한 단계로 작동했습니다.

필요한 순간에 유전자를 켜고 끄는 조건부 마우스

질병은 항상 태어날 때부터 시작되는 것은 아닙니다.

일부 암과 퇴행성 질환은 성인이 된 뒤 특정 유전자 변화가 발생하면서 시작됩니다.

이런 질병을 연구하기 위해서는 유전자를 원하는 시점에 켜거나 끌 수 있어야 합니다.

조건부 마우스 모델은 연구자가 특정 장기, 특정 세포 또는 특정 시점에서만 유전자 변화를 유도할 수 있게 합니다.

예를 들어 정상적으로 발달한 성체 마우스의 혈액세포에서만 암 유전자를 활성화하면, 성인에게 발생하는 혈액암의 시작 과정을 더 현실적으로 재현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이미 형성된 종양에서 특정 유전자를 제거해 종양이 줄어드는지를 확인할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모델은 질병을 일으키는 데 필요한 유전자와 질병이 유지되는 데 필요한 유전자가 서로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을 밝히는 데 도움을 줍니다.

보이지 않는 세포를 빛으로 추적하는 리포터 마우스

생명체 안에서 면역세포가 어디로 이동하고 어떤 유전자가 활성화되는지를 직접 관찰하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리포터 마우스는 특정 유전자나 세포가 활성화될 때 형광 또는 발광 신호를 만들도록 설계됩니다.

연구자는 이 신호를 통해 암세포의 확산, 면역세포의 이동, 염증 반응 또는 줄기세포의 운명을 추적할 수 있습니다.

사람 면역계를 더 가까이 재현하는 Humanised Mouse

생쥐와 인간은 많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지만 면역계가 완전히 같은 것은 아닙니다.

이 한계를 줄이기 위해 개발된 모델이 사람 면역계 마우스, 즉 humanised mouse입니다.

이 모델은 면역기능이 약화된 마우스에 사람의 조혈줄기세포, 면역세포 또는 특정 조직을 이식해 사람 면역계의 일부를 재구성합니다.

그 결과 연구자는 살아 있는 개체 안에서 사람 면역세포가 감염, 암 또는 치료제에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조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 면역계 마우스도 인간 면역계를 완벽하게 재현하지는 못합니다. 사람 세포는 여전히 마우스의 조직, 사이토카인과 대사 환경의 영향을 받기 때문입니다.

환자의 종양을 옮겨 심는 PDX 모델

환자유래종양이식(PDX) 모델은 환자에게서 얻은 종양조직을 면역기능이 약화된 마우스에 이식해 성장시키는 방식으로 만들어집니다.

환자의 종양이 가진 조직 구조와 유전적 특징의 일부를 유지할 수 있어 새로운 항암제와 약물 조합을 평가하는 데 활용됩니다.

그러나 면역결핍 마우스를 사용하기 때문에 정상적인 항암 면역반응을 연구하기 어렵고, 종양이 마우스 환경에 적응하면서 원래 종양과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PDX는 환자 치료 결과를 그대로 예측하는 모델이라기보다, 사람 종양의 복잡성을 기존 세포주보다 더 현실적으로 연구하기 위한 하나의 도구입니다.

서로 다른 질문에 답하는 마우스 모델
녹아웃 마우스 — 특정 유전자가 없을 때 어떤 변화가 나타나는가?
유전자 도입 마우스 — 질병 유전자가 어떤 병리를 일으키는가?
조건부 마우스 — 특정 세포와 특정 시점에서 유전자의 역할은 무엇인가?
리포터 마우스 — 세포와 유전자 활동은 몸 안에서 어떻게 변화하는가?
사람 면역계 마우스 — 인간 면역세포는 감염과 치료에 어떻게 반응하는가?
PDX 모델 — 환자 종양은 새로운 치료법에 어떻게 반응할 가능성이 있는가?

현대 의학에서 마우스 모델의 역할

마우스 연구가 현대 의학에 기여한 범위는 매우 넓습니다. 암 연구에서는 종양유전자와 암 억제유전자의 기능, 세포사멸, 전이, 약물 내성과 항암 면역반응을 밝히는 데 사용됐습니다.

면역학에서는 T세포와 B세포의 기능, 항체 생성, 면역 기억, 자가면역과 이식 거부반응을 이해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감염병, 혈액질환, 신경퇴행성 질환과 희귀 유전질환 연구에서도 마우스 모델은 질병의 원인을 밝히고 새로운 치료 전략을 평가하는 데 사용돼 왔습니다.

이러한 연구는 세포 연구, 구조생물학, 환자 샘플과 임상시험에서 얻은 증거와 함께 축적돼 왔습니다. 마우스 모델의 중요한 역할 가운데 하나는 세포에서 관찰한 현상이 살아 있는 개체에서도 실제로 일어나는지를 확인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마우스는 작은 인간이 아니다

마우스 모델이 중요하다고 해서 사람의 질병을 완벽하게 재현하는 것은 아닙니다.

생쥐와 인간은 대사, 면역반응, 수명과 생리학적 특성에서 차이가 있으며, 마우스에서 효과를 보인 치료제가 사람에게서는 같은 효과를 보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특정 마우스 계통에서 얻은 결과가 유전적·임상적으로 매우 다양한 인간 집단에 그대로 적용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마우스 연구의 목적은 인간 질병을 완벽하게 복제하는 것이 아닙니다. 연구 질문에 필요한 생물학적 특징을 충분히 재현해 특정 가설을 검증하는 것입니다.

좋은 연구는 하나의 실험 시스템에서 얻은 결과만으로 결론을 내리지 않습니다. 마우스에서 얻은 결과를 사람 세포, 환자 샘플과 임상 관찰에서 얻은 결과와 비교하고, 서로 다른 접근법이 같은 결론을 가리킬 때 그 결과에 대한 신뢰도는 훨씬 높아집니다.

개인적인 이야기

박사과정 동안 제가 했던 실험은 거의 모두 in vitro 연구였습니다. 세포와 분자경로를 연구했지만, 마우스 실험을 직접 해본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그것이 바뀐 것은 첫 포스닥 프로젝트에서였습니다. 저는 redears라고 불리는 Wdr1 돌연변이 마우스를 이용해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자가염증질환을 연구하기 시작했습니다. 분자 수준의 이상이 실제 살아 있는 개체에서 어떻게 질병으로 이어지는지를 처음으로 직접 연구하게 된 것입니다.

연구 결과, 이 질환은 IL-1β가 아니라 IL-18에 의해 유발되며, 단핵구와 pyrin inflammasome이 중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이 연구는 2015년 Journal of Experimental Medicine에 발표됐습니다.

세포만으로는 이해하기 매우 어려웠을 생물학을 마우스 모델이 어떻게 보여줄 수 있는지를 직접 경험한 첫 연구였습니다.

Kim ML et al. Aberrant actin depolymerization triggers the pyrin inflammasome and autoinflammatory disease that is dependent on IL-18, not IL-1β. Journal of Experimental Medicine (2015).

마우스 연구와 현대 의학

새로운 항암제, 백신이나 면역치료제가 개발됐다는 소식을 접할 때 그 이전에 어떤 실험들이 있었는지는 잘 드러나지 않습니다.

마우스 모델은 암, 면역학, 감염병과 이식 연구를 포함한 여러 분야에서 그 과정의 한 부분을 담당해 왔습니다.

물론 마우스는 인간을 완벽하게 대신할 수 없으며, 동물실험에는 그 필요성을 엄격하게 판단해야 하는 윤리적 책임이 따릅니다. 하지만 세포나 환자에게서 직접 답하기 어려운 질문을 잘 설계된 마우스 모델을 통해 검증할 수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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